이글루스


애 보면서 만5년을 보냈구나

 
2008년 강릉외가에 있던 현서를 데려오면서 나의 애보기 경력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 같다. 물론 임신, 출산과정에서도 아빠로서 할만큼은 했다고 생각하지만 본격적인 시작은 2008년 오늘이었던것 같다. 돌이켜 보면 참 어떻게 보냈나 싶다. 시간이 가면 다 하는 것이고, 손에 붙으면 능숙해지지만 그래도 꽤나 힘든 순간이 많았다. 아마 누군가에게 떠밀거나, 맡길 수 있었으면 지금처럼은 못했을 것이다. 나 아니면 할 수 있는 사람이 없으니 무조건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어제도 평소처럼 애들을 애봐주시는 분 집에서 찾아서 데려오다 동네 마트에 잠깐 들렸는데 마구 뛰어가는 두 놈들 보니 새삼 시간이 많이 지났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만5년이라는 시간은 세상에 없던 아이가 나와 사람구실을 하게 하고, 기어다니기 바쁘던 놈이 1시간도 넘게 턱을 괴고 앉아 책을 보게 만들었다. 잠 투정이 없던 첫째와 달리 둘째는 젖먹이 시절부터 꽤 오랫동안 잠투정이 많았고, 그 덕택에 업어가도 모르게 자던 내가 애들 모로 눕는 소리에도 눈을 뜰 정도로 얕은 잠을 자고, 토막잠에 익숙하게 만들었다. 시간이 지난 덕택에 이제 한놈은 등에 업고, 한놈은 안아서 집에오는 묘기를 부릴 필요도 없어졌다.

애들 덕택에 나는 저녁이 있는, 아니 넘치는 삶을 살게된 것 같다(만5년동안 내가 저녁약속을 한 횟수는 아마 20번 안쪽일것이다). 애들 데리고 와서 짐 정리하고 간식챙겨주고 내 밥 해서 먹는 저녁시간이 마냥 편안한 것은 아니지만 술에 쩔지 않고, 스트레스 받지 않고, 애들 크는 모습을 하루도 빠지지 않고 지켜보는 기회를 갖는 아빠는 대한민국에서 매우 드물것이다. 

앞으로도 갈길은 멀지만, 그래도 이제 정말 한 고비는 넘긴것 같다는 느낌에 끄적여본다..


by 하얀그림자 | 2013/02/05 11:09 | 육아 | 트랙백 | 덧글(5)

트랙백 주소 : http://amaranta.egloos.com/tb/5723197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Commented by 마언니 at 2013/02/05 11:23
읽으면서 슬며시 웃게 되는 포스팅이구나.
나 역시 아이의 어린 시절을 같이 보내는 것 처럼 행복한 일은 없다고 생각해.
Commented by 하얀그림자 at 2013/02/06 09:18
행복하지만, 힘든일이라는 점은 분명하지.

엄마란 존재는 자연스럽게 만들어지지만, 아빠란 존재는 의도적 노력의 결과라는 점을 사람들이 좀 알아야할텐데 싶어
Commented by 마언니 at 2013/02/06 10:43
그게 아빠가 되어 보기 전에는 알기 힘들다는 것이 함정이라고 해야하나.
부모노릇 한다는 건 확실히 인생에 대한 거대한 도전이라고 생각해.
Commented at 2013/02/05 20:10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at 2013/02/06 09:18
비공개 답글입니다.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