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컵밥 사건을 보며 든 생각

 
노량진의 명물(?)이라고 할 수 있는 컵밥 노점상 철거를 둘러싸고 이런저런 이야기가 많은것 같다. 생계형 드립 치지 말라는 내용의 댓글들이 대다수를 이루고 있는 것을 보며 사회가 많이 변하고 있다는 것을 실감한다. 공공자산을 개인이 점유해서 이익을 내는 행위는 어떠한 명분으로도 용납될 수 없다. 원래 하려는 이야기는 이런 딱딱한 이야기가 아니었는데..

가끔 노량진을 지나면서 컵밥을 먹으려고 옹기종기 모여서 있는 수험생들을 보고 있노라면 "저 친구들 공부할 생각이 없구만.."이라는 느낌이든다. 공부라는 것을 해 보면 알겠지만, 왠만한 육체노동보다 더한 칼로리를 소모한다. 거기에 시험과 같은 데드라인이 정해져있는 경우는 스트레스까지 겹쳐서 더 많은 칼로리를 필요로한다. 먹는게 다 뇌로 가는것을 아니지만, 일단 제대로 된 공부를 하려면 잘 먹어야 한다는건 당연한 이야기다. 

재료만 보면 원가 1천원도 안들었을것이 확실한 컵밥을 서서 먹고 있으면 돈도 절약하고, 시간도 절약하니 1석2조라고 스스로 생각할지 모르지만 제대로 된 영양분 공급도 못해줘, 쉬어야할 타임에 쉬지도 못하니 효율은 0에 수렴할 것이 명약관화하다. 노량진경찰서나 동작구청에 있는 구내식당에 가서 먹는게 최선이라는 점을 왜들 모르는지..

몇번의 공무원시험감독을 해 본 경험으로 보면, 공무원 시험준비라는 것은 많은 사람들에게 '나 뭔가를 하고 있어'라는 자위의 대상일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결시율이 50%를 넘고, 그나마 시험장에 있는 대부분은 문제를 제대로 보지도 않고 찍고난다음 자버리거나 나오는게 공무원시험의 현실인 점을 생각해보면 저 컵밥이라는 존재는 불안감을 위로해주고, 자신이 무언가 제대로 일을 하고 있다는 환상을 주는 환각제일지도 모른다. 

by 하얀그림자 | 2013/01/25 15:10 | 雜想 | 트랙백 | 덧글(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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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sunnybay at 2013/01/25 15:31
마지막 문단이 저에게는 굉장히 충격적으로 다가오네요.

공무원 시험의 현실이 저럴줄은 생각도 못했어요. 결시율 부분이나 후다닥 찍고 나온다거나 하는 부분이요. 다른 시험은 몰라도 공무원 시험은 안그럴줄 알았거든요. 공무원 시험이라고 하면 뭔가 인생을 걸고 보는 시험이란 느낌이 들잖아요 보통.

근데 사실 비단 공무원시험 뿐만 아니라 모든 고시가 사실은 자위의 대상일 뿐일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때 소위 '언론고시'라는 -다른 고시에 비교해보면 고시 축에도 낄 수 없겠지만 여튼- 시험을 준비한다고 사람들한테 말하고 다니던 옛날의 저를 떠올려 보니 말입니다.)

컵밥 얘기도....이전에 kbs 다큐3일에서 노량진 고시촌에 대해 다룬 편에 나오던 컵밥을 먹고있는 고시생들을 본 뒤로 컵밥은 제게 '고생하는 고시생들, 수많은 젊은이들이 고시에 목맬 수 밖에 없는 지금의 현실'에 대한 기호가 되었는데....님 말씀처럼 '환각제'가 될 수도 있겠군요.

잘 읽었습니다 :)
Commented by 하얀그림자 at 2013/01/25 15:41
제가 말씀드린 경우는 9급 시험이고, 7급은 결시율이 낮습니다. 5급은 더 낮죠...

시험이라는게 '한방'에 많은 것을 해결해주니 마약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급변하는 사회가 개인으로 하여금 미래에 대한 비전과 확신을 줄 수 없으니 공직이 주는 안정성이 부각되는 것을 어쩔수 없지만, 정말 제대로 된 준비와 노력없이 부모의 등골을 휘게하는 친구들이 꽤 되는것 같아 끄적여봤습니다.
Commented by 저녁 달빛 at 2013/01/25 15:43
9급 결시율은 40퍼센트 내외 입니다. 절반 이상이 결시 하는 것은 글쓰신분의 개인적 경험 이죠.
Commented by Sakiel at 2013/01/25 16:40
40면 미친듯이 높긴 하네요(..)
Commented by 뉴니 at 2013/01/25 15:54
컵밥을 먹는 가장 큰 이유는 시간 때문입니다.(싸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학원 강의가 끝나고 다음 강의가 시작되는 그 짧은 시간에도 허기를 채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가판 앞에서 주문하고 먹고 돌아서는 시간이 3~4분이면 됩니다. 그러니 이용 하는 거에요.
물론 김밥이 있다고 하시겠지만 김밥만 먹으면 질려요.
그렇다고 또 사람들이 컵밥만 먹는 것도 아니고요.
당연히 컵밥만 주구장창 먹다보면 질리죠.

시간 없을때 간단히 먹을 수 있기 때문에 이용하는 것입니다.
시간이 좀 남으면(최소 30분 이상) 식당 들어가서 앉아서 먹습니다.

본문에 시간을 절약 한다고 하셨지만 절약이 아니고 시간이 없는거에요.

물론 친구들끼리 노가리 까면서 먹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냥 혼자서 시간에 쪼들리면서 먹는게 컵밥입니다. 강의와 강의사이 그 짧은 시간에서요.
Commented by 이탈리아 종마 at 2013/01/25 17:26
컵밥이건 뭐건 먹는 건 상관없는데 파는 쪽에선 세금도 내고 위생검사도 받아야지요.
Commented by 안경소녀교단 at 2013/01/25 16:04
경찰서 구내식당에서 일반인이 식권 사서 밥먹는게 가능했나요? 대학 구내식당 정도만 가능한줄 알았는데...
Commented by 함부르거 at 2013/01/25 16:46
대부분의 관공서 식당이 식권 사서 밥 먹는 게 가능합니다.
날 따라 직원들 입맛이 유난히 좋아서(...) 준비된 식재가 다 떨어진다면 못 먹겠지만요. ^^;;;

문제라면 정문에서 출입통제되는 경우입니다만, 적당히 민원거리 가지고 말씀하시면 거의 통과 될 겁니다. 물론 주변 눈치 안보는 두꺼운 안면이 필요하겠죠. ^^;;;
Commented by 홍차도둑 at 2013/01/25 18:29
여러 관공서 다 오픈입니다. 심지어 예술의 전당 직원식당도 오픈되어 있어요.
그들도 식권 하나 파는 것에 따라 수익이 결정되는 시스템인지라...
그 바람에 식당 여럿 있는 빌딩 안에서는 식당끼리 아주 전쟁입니다그ㅡ려....
Commented by あさぎり at 2013/01/25 16:32
하루 2끼씩 번듯한 식당 들어가서 먹을 돈이 다들 있었다면 컵밥집이 그리 장사가 잘 됬을까요...
Commented by Sakiel at 2013/01/25 16:42
2500이면 그리 싸 보이진 않습니다...그렇다고 편의점 레토르트 음식들보다 낫다는 보장도 없고
Commented by 하얀그림자 at 2013/01/25 17:18
돈이 없지만 '공부' 특히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 입장에서는 무조건 잘먹어야 합니다. 사실 강의듣는것 보다 더 중요하죠. 강의때 들은것을 자기것으로 하려면 최소 3배의 시간이 필요한데 그 시간동안 집중력을 유지하지못하면 의자위에서 졸면서 시간만 보내는거죠.
Commented by rumic71 at 2013/01/25 17:45
스트레스 쌓이면 입맛은 정크로 향합니다.
Commented by あさぎり at 2013/01/25 18:41
Sakiel//적어도 그 근처 식당들보단 싸죠. 컵밥 먹던 사람들이 컵밥 없어진다고 식당으로 돌아갈 것 같진 않습니다. 편의점으로 가면 갔지...
하얀그림자//잘먹는게 중요하긴 한데 밖에서 먹으려면 그것도 돈이란 말이죠.
rumic71//영양 따위... OTL
Commented by 여리여리한 황제펭귄 at 2013/01/25 17:20
그냥 노점상에도 저가지만 세금을 내게하는건 어떨까요? 솔직히 노량진하면 컵밥할만큼 저럼한 가격에 포차에서 여러음식 먹을 수 있는게 유명하기도 했는데요. 이런 저런 말로 생계의 한 수단을 마구잡이로 쫓아내기도 힘든 부분이 있구요. 애매하네요.
Commented by 일레갈 at 2013/01/25 19:42
그 세금을 안 내니까 저 가격대가 나오는거죠. 그러니 세금 안 내고 장사하려고 저러고 버티는거지.
Commented by 꿀꿀이 at 2013/01/25 17:45
노량진에는 갈때마다 '노량진 지역문화'라는게 있는 것처럼 보였는데 (고시촌 느낌같은)
솔직히 그런 지역문화 같은 거 박살나고 없어졌으면 좋겠습니다
뭐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의 훈훈한 분위기 정도라면 몰라도
아예 커뮤니티화, 폐쇄적인 끼리끼리 친목 문화가 되면...
그 이후에는 권력이 발생하고 부패하게 되고 뭐 어떻게 될지 뻔하죠
Commented by Alias at 2013/01/25 17:48
결시율은 보통 호실마다 다릅니다. 일반적으로는 소신지원에 가까운 수험번호 앞번호에 속하는 사람들은 결시율이 낮은 반면, 뒤쪽에 눈치지원에 가까운 쪽의 결시율이 높게 나옵니다. 특히 주요 시험(토익, 대기업직무적성검사, 지역별 타직종시험)과 날짜가 근접하거나 겹치면 더더욱 결시율은 올라갑니다. 말씀대로 절반 이상 결시하는 호실도 여럿 나오구요.

타이틀만 공시생으로 걸어놓고 실제로는 공부 제대로 안 하는 사람이 많지요...문제는 계속 이것저것 찌르다가 결국 나이만 먹고 경력이 아무것도 없는 상태가 되는 게 매우 위험한데 그런 숫자가 결코 적지 않은 거 같습니다.
Commented by 잠꾸러기 at 2013/01/25 20:42
돈과 시간때문에 저런 정크푸드를 먹는거죠.
돈이나 시간 여유 있는 수험생들은 잘 안먹습니다.

불법으로 돈을 벌었으니 철거당해도 할말 없죠.
Commented by 마언니 at 2013/01/25 22:46
진짜 공부는 머리가 아니라 몸으로 하는 것이 맞는 것 같아. 그래서 난 우리 부모님께 항상 감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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