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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란?

 
공부가 재밌기는 어렵지만, 공부를 사랑할 수는 있다 우석훈 박사님 블로그에서 트랙백...

공부..참 대한민국의 모든 사람들을 좌절하게 한 단어다. 아마 내 기억에 공부라는 단어를 처음 들었던 것은 5살때쯤으로 기억된다.
할머니가 뭐 사주실때마다 "우리 준영이 학교가면 공부 잘 해야되.."라고 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그 이후 공부는 무조건 잘 해야하는 것이고, 학교에 들어가면서 "공부=시험"으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

중학교때까지는 스스로나, 남들에게 잘 한다는 소리를 들었지만, 요즘 한창 잘 나가는 욕먹는 대원외고에 진학하면서 그 생각은 저 안드로메다 너머로 날려버렸다. (가끔 "외고 나와서 좋은점 뭐 있어요?"라는 질문을 받으면 "스스로에 대해 잘 알게되었어요"라는 조금은 선문답같은 답을 요즘도 한다) 대학에 들어와서 2년동안은 정말 공부=시험이라는 공식에 비춰보면 참 못했던 시기였다. 뭐라할까? 학습요령부족이랄까? 뭔가를 알긴 아는데 그것을 시험지에 적어넣는데 어려웠다. 다행히 3학년부터는 얼추 괜찮은 성적을 받게되었고, 자연스럽게 공부를 계속 하기 위해 대학원에 진학하게 되었다.

아마 이 시기가 처음으로 "왜 공부를 하는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봤던 시기가 아닐까 싶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이때 스스로 내린 답은 "공부를 좋아하니까.."였다.orz 그 답의 결과 진학한 대학원은 대학원이라기 보다는 용역공장같은 연구실 생활 5년동안 계속 "나는 공부하고 싶어 여기 왔는데 공부는 못하고 있다"는 답답함이었다. 결국 박사수료를 하고 연구실을 나와 이곳저곳을 전전하면서 여러가지 일을 하게 되었고, 어쩌다보니 2004년 박사논문을 쓰게 되었다.

박사논문을 쓰면서 깨닫은 것은 "내가 공부에 적합한 인간이 아니다"라는 사실이었다. 내가 생각한 공부는 다양한 정보를 취합하고, 그것을 종합해서 현실을 분석하고, 미래를 전망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었는데 내 스타일과 성격은 정말 그런 공부에 적합하지 않았던 것이다. 덕택에 박사논문을 받고난 이후 공부란 것은 머릿속에서 깨끗이 지워버리고, 현실의 삶에 충실하고자 노력해왔다.

그런데 웃기지도 않게 슬슬 공부라는 것이 내 주위를 다시 맴돌면서 말을 걸어온다. 뭔가 현재 상황을 바꿀 수 있는 도구로 선택하라는 속삭임인데 그 강도가 점점 높아진다. 주변상황도 "너가 공부만 좀 더하면.."이라는 말로 나의 선택을 강요하는 듯한 분위기가 형성된다. 처음에는 그냥 씩 웃고 넘어갔는데 어느순간인가부터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하곤 한다.

이 상황에서의 공부는 정말 도구로서의 공부다. 우박사님 말대로 자리와 권력(?)을 차지하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공부인 것이다. 어차피 공부에 적합하지 않은 사람이 공부를 가지고 새롭게 무엇인가를 해야한다는 현실이 참 웃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언제나 제일 하기 싫은 일을 하게된다"는 나의 운명을 돌이켜보면 답은 내려졌는지도 모른다.

운명을 예측해보면 공부를 해서, 논문을 쓰고(여기에서의 논문은 정말 실적을 채우기 위한 논문이다) 그것을 가지고 아마 학교로 가게될 것 같다. 그 다음에는? 한 10년쯤 학교에 앉아있다가 다시 정치판과 슬슬 가까와질 것 같다. 제일 피하고 싶은 곳이 학교와 정치판이었는데, 이미 한곳에 맘이 기울기 시작하는 것을 보면 그 다음의 과정도 불문가지일듯 싶다.

그게 운명이라면 그냥 받아들여야할 것이다. 단 괴물은 되지 말아야겠지..

by 하얀그림자 | 2007/06/19 16:23 | 雜想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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